[사건분석] “야간근무 후 쓰러졌는데”…뇌출혈 산재 왜 인정되지 않았나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발생한 뇌심혈관 질환은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업무 부담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으면 불승인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최근 한 제조업 근로자의 뇌출혈 사례는 이러한 판단 기준을 보여준다.
지방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교대근무 형태로 생산라인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A씨는 장기간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를 지속해 왔으며 업무 강도가 높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A씨는 야간근무를 마친 후 귀가 도중 갑작스럽게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뇌출혈 진단이 내려졌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A씨 측은 지속적인 야간근무와 업무 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판단해 산재 신청을 진행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산재 신청을 불승인했다.
공단이 제시한 주요 이유는 업무 부담이 산재 인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조사 결과 A씨의 근무시간은 일정 수준의 연장근로가 있었지만 과로 기준에 해당할 정도의 장시간 노동은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발병 전 일정 기간 동안 특별히 업무량이 급증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 공단은 이를 근거로 해당 질환이 업무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인적 위험요인 역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건강검진 기록상 고혈압 소견이 있었고 생활습관과 관련된 위험요인이 일부 확인됐다. 공단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해 해당 질환이 개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공단은 해당 사건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산재 신청은 불승인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뇌심혈관 질환의 경우 단순한 근무시간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교대근무나 야간근무는 생체리듬을 깨뜨려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업무 형태 자체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러한 사건에서 핵심은 업무 부담을 단순 시간 외 요소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단순한 근무시간뿐 아니라 교대근무 형태, 야간근무 빈도, 업무 긴장도, 작업 환경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발병 전 일정 기간 동안의 업무 변화도 중요하다. 업무량 증가, 인력 부족, 생산량 확대 등으로 인해 업무 부담이 실질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면 산재 인정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의학적 인과관계 입증 역시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질병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업무 부담이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의료적 소견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개인적 위험요인이 존재하더라도 업무로 인해 질병이 악화되었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질환이나 위험요인이 있더라도 업무와의 관련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승인 결정 이후에는 심사청구 절차를 통해 재검토를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근무기록, 교대근무표, 업무일지, 동료 진술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업무 부담을 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뇌심혈관 질환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업무 부담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교대근무와 야간근무의 영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러한 사건에서 핵심은 업무가 질병 발생 또는 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근무시간만이 아니라 업무의 질과 환경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처럼 뇌심혈관 질환의 산재 인정 여부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 따라서 산재 신청 과정에서는 업무 부담을 입체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