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판례] “산재 유족연금 받아도 상속인 손해배상청구 가능”…대법원, 유족급여와 민사배상 관계 정리
업무상 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라 유족급여가 지급되더라도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아닌 다른 공동상속인들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산재보험 유족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유족급여 공제 방식에 대한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2023년 10월 12일 선고한 대법원 2023다247405 판결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급여와 손해배상청구권의 관계에 대해 중요한 법리를 밝혔다.
사건은 업무상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유족들 사이에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비롯됐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를 지급한다. 유족급여는 유족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 형태로 지급되며 일정한 순위에 따라 수급권자가 정해진다.
문제는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가 아닌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권리였다. 이 사건에서도 유족급여는 법이 정한 순위에 따라 특정 유족에게 지급됐다. 그러나 다른 공동상속인들은 망인의 사망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채권 역시 상속 재산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급심에서는 이러한 청구의 범위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유족급여가 지급된 이상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 역시 그 범위에서 제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먼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보상연금의 수급권자에 대해 설명했다. 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여러 유족 중 일정한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 즉 모든 유족이 동시에 연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수급권자 자격을 가진 유족들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이 유족보상연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유족급여 지급 구조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상속재산에 해당하므로 공동상속인들은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해당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족급여를 실제로 지급받은 수급권자가 아닌 다른 공동상속인이라 하더라도 상속인의 지위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한 유족급여와 손해배상액 사이의 공제 방식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했다.
산업재해 사건에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는 산재보험 급여가 일정 부분 공제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족급여 공제를 적용할 때에도 공동상속인의 권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을 공동상속인들이 상속받은 경우 손해배상액 전체에서 일괄적으로 유족급여를 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상속인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재보험 제도와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가 서로 다른 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는 유족보상일시금이 지급된 경우 유족 간 수급권 순위에 대한 판단 기준도 함께 제시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2조에 따르면 유족보상일시금 역시 일정한 순위에 따라 지급된다. 대법원은 이 규정에 따라 유족보상일시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도 법이 정한 유족 순위에 따라 수급권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 사건에서 유족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관계를 정리한 중요한 판례로 평가된다.
산재보험 제도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근로자와 유족의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회보장 제도다. 반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불법행위 책임에 따라 발생하는 별도의 권리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두 제도가 서로 다른 목적과 구조를 가진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유족급여가 지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상속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판례는 산업재해 사망 사건에서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범위와 유족급여 공제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평가된다.